Geoff Yoon
엡실론델타 대표 / 기술을 product에 녹여 현실세계의 문제와 연결하는 problem solver

4년 만에 다시 원점, 그리고 엡실론델타 3.0

4년 만에 다시 원점, 그리고 엡실론델타 3.0

“이제 뭐 해야 하지?”

이 질문이 다시 찾아왔다.

사실 엡실론델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여러 번 체제 전환을 겪었다. 3명으로 시작했다가 혼자가 되었고, 다시 사람들이 합류해 지금은 4명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체제 변화지만, 사실은 살아남기 위해 온몸 비틀기를 여러 번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그 순간이 왔다.

4년 전, 첫 아이템을 드랍했을 때 느꼈던 그 공포. 정확히는 “이제 뭐 해야 하지”, “뭘 할 수 있지"라는 막막함. 그때 나는 무기력증과 2년을 싸웠다. 내일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 기분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느낌이 다시 찾아오고 있었다. 온몸으로 알아버렸다.

요즘 뭐 하냐고 물을 때, 사실 대답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 뭐… 이것저것… 여러 가지… ㅎㅎㅎ”

사실 나도 궁금했다. 내가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건지.


4년의 기록: 6개의 실패

지난 4년간 엡실론델타가 만든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 시장에서 아무한테도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 6개
• 그것이 그대로 이어진 6개의 실패
• 액티브 유저 0명

하나하나를 매우 긴 텀으로 만들었다. 처음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2년 만에 시장에 내놓은 것도 있었다. 역시나 아무도 쓰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몇 개를 복기해보자면:

1. 알파리스트 (주식 가치투자 정보 제공)

첫 시작이었다. 사람들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제대로 알면 더 현명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현실은 달랐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기업 가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아니라 **“내일 오를 종목”**이었다. 게다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전문가라며 조언을 주려 했고, 나는 피로가 극에 달했다. 더러워서 안한다는 말을 언젠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리텐션이 없었다는 것.

2. 습관 관리 앱

시장에는 이미 수십 개의 습관 관리 앱이 있었다. 우리 것이 특별히 다를 이유가 없었다.

3. AI 기반 노트 앱

광고 유입은 꽤 괜찮았다. 그런데 유효 액션으로 이어지는 유저가 극히 적었다.

사람들은 클릭했지만 머물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 지표를 어떻게 보는지 각 퍼널마다의 유저를 막는 장애요소들을 발견하는 방법을 배워나간 순간이었다.

4~6. 출시조차 하지 못한 것들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한 프로젝트들. 개발 중간에 “이거 아닌데"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붙들고 있었다.


위기의 신호들

변화의 동기는 위기감이었다.

데일리 스크럼에서 개발자가 “할 일이 없다"고 말할 때.
뭔가 하고 있는 것들의 속도가 안 나올 때.
우리가 출시한 걸 정확히 누가 사용하는지 알 수가 없었을 때.

“이대로 가다간 진짜 망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같은 느낌이었다.

혼자 일 때야 무기력해도 되지만, 팀원들이 있으면 무기력할 여유가 없어진다. 우리는 4명이다. 모두 엔지니어다. AI 엔지니어 출신인 나, 2명의 풀스택 개발자, 그리고 스토리지 하드웨어 전문가.

이 좋은 사람들을 지지부진함과 무기력 속에 방치할 수 없었다.


리셋을 결심한 순간: 빅뱅 패치

그래서 메이플스토리마냥 빅뱅 패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신창섭

이 또한 신청섭의 은혜겠지요

모든 지지부진한 프로젝트.
출시는 했지만 유저 수가 얼마 없는 앱, 서비스.
경쟁 제품이 글로벌 1위라서 경쟁 전략이 도무지 나오지 않아 한 달간 고민했던 솔루션.

모두 다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처박고 리셋했다.

이제 엡실론델타에는 서비스도 프로젝트도 남아있지 않다.

4년을 달렸는데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게 솔직히 쓰라리고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대로 어영부영 망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주일간 고민을 한 후 리셋을 하고 나니, 오히려 미련이 사라지고 어디선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 진작 리셋할 걸.

그렇게 11월 1일부터 엡실론델타 3.0을 선언했다.


고스트 프로토콜: 토스의 사례에서 배우다

토스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의 초창기를 떠올렸다.

그들도 우리처럼 계속 아무한테도 필요 없는 걸 몇 번이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다 떠나고 4명만 남은 맴버들은 서울 각지로 흩어져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삶과 불편과 문제를 발견하고 아이템을 구상했다.

그들은 그걸 <고스트 프로토콜>이라고 불렀다.

우리도 이걸 해야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전쟁이니까.

우리만의 고스트 프로토콜

문제는 토스의 사례에도 “했다"라고만 나오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우리끼리 방법을 쥐어짰다.

🎯 목적

아이템 발굴 ❌
문제 수집 + 그 문제를 가진 사람에 대한 이해

📅 기간

  • 11월 1일 ~ 12월 말: 문제 수집 + 가설(솔루션) 도출
  • 2026년 1월 1일부터: 1주 1아이템 스프린트

📍 장소 원칙

  • 사람 많은 곳
  • 내가 안 가봤던 곳 (전시회, 박물관, 미술관, 메이드 카페…)
  • 컴포트 존 벗어나기

낯선 곳에서 낯선 모습을 보면 자기 안에 갇혀 있다가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방법론

  1. 최대한 많은 기록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적는다.

  2. 카페 옆자리 이야기 엿듣기
    (효율이 떨어질 수 있음. 문제가 안 나올 수도.)

  3. 소규모 모임, 커뮤니티 탐색
    당근, 인스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디씨나 유머 커뮤니티는 제외.

  4. 고객군 먼저 지정 → 추적
    직접 대화하거나 AI를 활용해 패턴 분석.

  5. 출퇴근 시간 지하철
    다른 사람들 폰 화면 관찰. (의외로 좋은 방법)

  6. 문제 발견 못 하는 날도 있음
    그럴 땐 사람이라도 관찰. “이런 사람들은 이렇게 살더라"를 기록.

  7. 정 안되면 이승건 대표에게 방법을 물어보자 이렇게 일주일 해보고 뭔가 답이 안나오고 효율이 낮아지면 앞서 해본 사람들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의 이메일을 아는 것은 아니니 유일하게 소통이 가능할 것 같은 링크드인 DM으로 물어보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셨나요?”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물어보면 이상한 놈으로 볼까 겁은 나지만 뭐… 경찰에 신고라도 하겠나 그냥 이상한 놈 정도에서 끝나겠지.

👥 고객군 원칙

  • 시작 타겟 고객은 최대한 좁게
  • 단, 확장성을 고려 — 최종 시장은 커야 함

💡 핵심 마인드셋
“인간극장 PD의 마음으로”


2026년 전쟁 계획: 100개의 아이템, 52주의 검증

11월과 12월, 우리는 100개의 아이템 후보를 구상할 것이다.

그리고 2026년부터 1주에 하나씩 검증해갈 것이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 매주 프리토타이핑을 만들고
  • 실제 유저 유입을 시도하고
  • 유효한 액션을 측정하고
  • 가능하다면 구매까지 이어지는지 확인한다

“시장에 먹힌다"의 정의는 명확하다:
우리가 가설을 가지고 프리토타이핑과 MVP로 검증해서 실제 유저의 유입, 유효한 액션, 구매 등이 다수 발생하는 것.

우리는 더 이상 특정 분야나 기술에 매여서 “망치를 들고 모든 것을 못으로 보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솔루션이나 분야에 문제를 끼워 맞추지 않을 것이다.

시장이 원하는 걸 찾을 때까지.


생존의 문제

아주 고통스러운 아주 어려운 1년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지지부진함과 무기력보다는 낫지 않을까.

엡실론델타 3.0. 우리의 세 번째 온몸 비틀기.

밖에서 보면 별다른 변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것을 비우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4년 후에는 이 글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리셋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우리는 생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멈춰 있을 수 없다는 것.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와 비슷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프로젝트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혹시 스스로 설득이 안되지는 않는가? 혹시 “이제 뭐 해야 하지?“라는 질문과 마주하고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리셋할 용기가 있는가?

우리의 100개 도전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 주길 바란다.
그리고 만약 당신도 비슷한 여정을 걷고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엡실론델타는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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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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